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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3년 전 11월 16일, 어떤 작은 영화가 조용히 개봉했다.

    3년이 지나, 그 영화의 감독과 주연배우는 또 다시 함께 영화를 만들어 세상에 내보일 준비를 하고 있고, 그 영화 때문에 알게 되어 한동안 꽤 지켜봤던, 눈이 매력적인 동갑내기 배우 한 사람은 어른도 모르는 탤런트에서 이제는 캐릭터 이름만 대면 초등학생들도 아는 배우가 되었다. 예명이 아닌 본명으로 활동하면서 그렇게 되었다는데, 글쎄. 난 그 예명을 꽤나 마음에 들어했다. 귀여운 조연으로 나왔던, 얼굴이 정말 작고 동안인 배우는 가장 먼저 이름을 알려서 이제는 제법 자주 보는 얼굴이 되었고, 영화의 감초 같은 캐릭터를 연기했던 중견 연극배우 한분은 얼마 전 새 작품으로 관객을 만났다하고. 영화 초반에 주인공의 지인 캐릭터로 재미를 줬던 배우 한분은 얼마 전 결혼하셨다 한다.   

    여기까지가 영화와 관련된 인물에 대한 소식.
    영화로 알게 된 '내 사람들' 이야기는 이제부터.

    3년이나 지났으니 모두가 잊지 않았을까,하고 문자를 보냈더니, 날짜만 보고도 알았단다. 
    한때 '폐인'이라 불렸던 사람들답다.

    이 영화 덕에 알게 된 인연 가운데 가장 소중하고 의미 있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코 S언니, 언니를 알지 못했다면 지난 3년을 어떻게 보냈을까 싶다. 마음이 갈 길을 모를 때, 두서도 없는 내 이야기를 가만히 옆에서 들어주는 고마운 언니 덕에 그나마 지금까지 버텨왔던 것 같다. 그동안 언니 마음 괴롭힌 것 생각하면 정말 난 언니에게 평생 잘해야 한다.

    얼떨결에 알게 되었지만, 같은 배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어느새 언니 동생하는 사이가 된 S양, 이 아가씨를 아가씨라 부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12월 27일에 품절녀가 되기 때문에. 예전보다 훨씬 가까이에서 살고 있지만, 얼굴 보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이 아가씨야, 행복하게 잘 살아라.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살이었다는 게 믿어지니?'라는 말에 '갑자기 우울해진다, 전화 끊자.' 라고 했던 M양은 알고 보면 나와 같은 영화를 좋아하는데, 항상 다른 배우를 좋아했던 전력이 있다. (해피투게더의 '양조위', 영원한 여름의 '장효전' 등.) 그러다 저 영화에서 같은 배우를 좋아하게 된 인연으로 여기까지 왔다. S언니나 S양만큼 자주 연락하거나 만나는 사이도 아니건만, 나이도, 이름도, 전공도 같은 인연 때문인지 여태 소식을 듣고 산다. 서울 가면 갑자기 연락해서라도 꼭 한번 얼굴 보고 같이 밥 먹고 내려와야 내 직성이 풀리는 친구다. 

    그리고... 3년 전 개봉일에 영화를 같이 봤고, 그 이후로 친해진 그 사람. 2주년 기념 포스팅에서 2년 전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썼는데 일년이 지난 지금, 조금은 후회하는 것 같다. 작년 10월에 내려야 할 결정을, 2월로 미루고, 그걸 다시 5월로, 10월로 미루면서 아직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을 뿐. 지금은 확신이 없다. 내년 '내 사람들' 목록에 이 사람도 있을지. 

    루저는 마음 속에.


    떡밥 덥썩. 이 떡밥은 내 거야. 우적우적.


    1.
    키가 160센티미터가 안되어도, 얼굴이 CD만하지 않아도, 턱이 사각턱이라도, 하체 비만이라도 그런 건 괘념치 않고, 이만하면 눈코입 적당하고, 특히 눈은 좀 괜찮지 않아? 좀 덜 들어가긴 했어도 나올 때 대충 다 나왔으니, 이 정도면 오케이, 어떤 여자가 거울을 보고 이렇게 생각한다면, 누가 대놓고 '네 비주얼은 내 취향이 아니야'라고 하면, '나 예쁘지 않은 건 나도 아는데, 너도 내 취향 아니거든?' 이렇게 자신 있게 받아친다면, 그 여자는 백프로 무늬만 여자다. 

    왜냐하면 '보통 여자들'은 키가 크면 몸무게가 걸리고, 키와 몸무게는 통과, 다 싶으면 키에 비해 허리가 길거나, 다리가 짧거나, 아니면 굵거나, 가슴이 작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거울만 보면 자기 결점만 보기 때문에. (나는 예외. 그저 하드웨어가 생물학적으로 여성일 뿐, 소프트웨어의 일부는 남성형이라.)

    이렇듯 여자들의 외모 컴플렉스는 '전신'에 걸쳐 나타나며 스스로 결코 후한 점수를 주는 법이 없다. 여성의 몸 전체가 이미 평가의 대상이 된 지 오래이기 때문에. 2009년 현재 대한민국은 섹시한 이효리도 키가 작다고 까이고, 비율 좋고 얼굴 예쁜 손담비도 섹시가수가 꿀벅지가 아니라고 까이고, 꿀벅지 유이도 성형한 얼굴이라고 까이는 세상인데, 보통 여자들의 고민이야 말하면 입만 아프다. 거기에다 유행은 돌고 돌아 언제는 S라인 타령이더니, V라인과 동안이 대세라고 하고, 조금 지나자 꿀벅지에 열광하고, 니콜의 엉덩이춤이 화제가 되자마자 여성지에서는 힙업 체조를 소개한다. 이쯤 되면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나 어리둥절할 지경이다. 

    그에 비하면 남자들의 외모 컴플렉스는 보통 키 '하나'가 아닌가. (나머지 하나 더 있는 것 알지만, 19금 이야기를 여기에서 할 이유가.) 평가의 대상이 한번 되어 보니 기분이 어떠냐, 우리는 매일 그래, 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사실이 그렇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2.
    원래 이런 떡밥에 관심 없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얼마 전 내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너를' 만나는 놈이 올찬 놈이겠느냐, 라는 엄마가 무심코 던진 그 말에 발끈한 순간, '지금 내가' 별볼일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나도 모르게 인정하고 엄마가 던진 프레임의 그물에 덥썩 걸려든 꼴이라는 걸 한참 뒤에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게 이 문제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언어는 생각을 담는 틀이다. 말에 갇힌 생각은 자유로울 수가 없다. 다시 말해, 루저 발언에 열폭하여 나는 루저가 아니라고 변명하기 시작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루저' 프레임의 노예이며, 당신의 열등감은 그 내부를 벗어나지 못한다. 당신이 그 프레임을 사용하면서 벗어나려고 애쓸수록, 그 프레임은 강조된다, 당신이 원하지 않아도. 생각해보라. 열심히 싸운다고 해도 그곳이 적진(상대가 제시한 프레임 안)이라면 당신이 이길 확률은 높지 않다. 상대가 제시한 프레임에 이미 휘말린 상태에서 그것에 맞선들 이길 수 있을까? 이긴다 해도 무엇이 남을까. 이기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 프레임을 깨어야 한다.

    프레임을 깨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프레임 안으로 들어가서 프레임 자체를 인정하고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 하나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 대항하는 것, 나머지 하나는 프레임을 초월하는 것. 마지막 방법에 대한 설명이 될 만한 이야기가 여기 있다. 어느 선승이 원을 하나 그리고 제자에게 말했다. '원 안에 들어가도 너를 때릴 것이고, 원 밖에 있어도 너를 때릴 것이다.' 그래서 제자가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은가? 원 자체를 지웠다.  

    키라는 기준이 있다고 하자. 구체적으로 180이라는 수치까지 있다고 하자. 거기에 못 미친다고 해서 루저가 아니다. 그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당신은 진짜 루저다. 키가 문제라고 한다면 문제 자체를 지우면 된다. 키가 더 이상 문제가 안 되도록 하면 된다. 그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더 이상 자라지 않을 키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다른 재능이나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키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둘째, 그것 이상의 가치를 볼 줄 아는 상대를 만나는 것이다. 단 이 방법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당신도 평범한 포장에 가려진 그런 사람을 알아볼 눈을 키워야 한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당신이라는 사람이 상대의 외모밖에 볼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 상대 역시 당신의 외모만 볼 테니까. 마지막은 가장 가능성이 낮은 방법으로 지금 그대로의 상태에서 당신의 키 따위 아이 돈 케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몇번을 선택하든 다른 사람이 던진 프레임 안에서 허우적거리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2번을 추천한다. 솔직히 3번은 시간 낭비가 될지도 모르니 되도록 피했으면 좋겠다. 

    둘째 방법에 대한 사례로 적합한 사람을 들자면, 힐러리 로댐 클린턴을 들 수 있겠다. 힐러리는 대학 시절에 소위 킹카를, 하나도 아니고 네 명을 동시에 사귀다가 결국 빌 클린턴을 택했다. 결코 금발 바비인형이 아니었던 그녀의 비결은? 눈에 띄지 않는 외모가 아무 상관이 없을 정도의 출중한 능력과 탁월한 지성을 갖추었고 그것을 알아볼만한 남자들만 만났다는 것.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자면, 첫째 문단은 내 이야기다. 듣기에도 민망한 자뻑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저 조건만 보고 나를 판단해서 진짜 나의 가치를 알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과감히 '나도 너 관심없다'라고 말할 자신감 정도는 가져도 된다는 말이다. 한번 생각해 보라. 어찌하여 당신을 키나 기타 조건으로만 판단하는 상대에게 과감히 '나도 너 관심없다'라고 말하지 못하고, 몸에도 해롭고 마음에도 해로운 열등감으로 자신을 괴롭히는지. 그 이유가 그 사람의 외모 같은 조건 때문이라면 당신은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다. 남이 내 조건을 평가하는 것은 싫고, 내가 남의 조건을 평가하는 것은 괜찮은가.

    남탓도, 사회 탓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핵심은 一切唯心造, 당신의 마음이다. 
    당신만 괜찮으면 되고, '진짜' 당신을 알아보는 사람만 있으면 된다. 
    진짜 '루저'는 마음 속에.


    *
    나도 사람인지라 훈남, 훈녀 좋아한다. 보고 흐뭇해한다. 하지만 내가 더 관심 있는 건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는 원석 발견 및 가공(?)으로, 다행히 지금까지는 타율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한번 해 보라. 원석 발견의 재미를 알면 이미 알려진 보석 따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모두가 다 아는, 이미 알려진 보석인 경우, 정말 찬란하게 빛나지 않는 한, 이상할 정도로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 (원석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 다른 원석을 찾아 헤맨다.) 


    *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흥분하는 분들을 위한 격언 하나.
    'Silent majority, noisy minority 침묵하는 다수, 시끄러운 소수' 
    'noisy minority'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법. 
    거기에 현혹되어 'silent majority'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건 당신의 실수일 뿐.


    *
    마음에 생채기 난 당신을 위한 곡을 하나 추천할 테니 들어보길.
    듣기만 해도 어깨가 들썩들썩, Jason Mraz, 'Geek in the pink(분홍옷 입은 괴짜)'.
    (이 글을 쓰면서 들은 노래이기도 하다. 빠른 곡을 들으면서 글을 쓰면 문장에 속도감이 생긴다는 것, 알랑가몰러.)  

    훈남 제이슨도 175정도라니까, '그 기준'에 따르면 루저다.
    그런데 이 남자 말하는 것 보소. 진정 쿨한 건 이런 거다. 

    I don't care what she might think about me. 그 여자가 나에 대해 뭐라고 생각하든 신경 안 써.
    Don't judge me by the color, confuse it for another. 날 색깔로 판단하지 마. 다른 것과 헷갈리지 마. 
    You might regret what you let slip away 네가 놓쳐버린 것에 대해 후회할지도 몰라.

    Hey baby look at me go 자, 내가 어떻게 해나가는지 봐
    From zero to hero 루저에서 영웅이 되는 걸.
    You better take it from a geek like me 그러니까 나 같은 괴짜를 골라보는 게 좋을 걸?


    Winter is coming.



    1.
    며칠 사이 신종플루 환자 급증 -> 인근 초등학교 휴교 -> 이번주 목요일, 금요일 교육청 권고 휴원. 
    목요일에 집에 갈까, 늘 그랬듯이 금요일에 집에 갈까, 고민하고 있는 나.
    10대 청소년도 아니고, 틈만 나면 가출할 궁리만.

    바로 전날까지 내 앞에서 수다를 떨던 아이들이 하나둘 병원 신세를 져도, 
    그 아이들과 1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았던 나는 멀쩡했다. (이게 다 나이 덕분일까?) 
    역시 내 매력은 집에서 멀어질수록 더 좋아지는 체력? (음?)



    2.
    마냥 밉게 보이겠지만, 사실 지방은 우리 몸에서 하는 일이 많다. 지방 속 호르몬인 렙틴의 기능 중 하나가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면역계에 경고 신호를 보내 그 바이러스에 대비하도록 하는 것. 요즘처럼 엄한 바이러스 돌 때 무리하게 다이어트하는 것은 자기 몸을 스스로 해치는 일이다. (그리고 고생하는 것에 비해 겨울철 다이어트는 효과도 적다.)

    원래 겨울은 이렇게 추운 계절이었나. 그동안 나는 내가 추위를 타지 않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체지방이 많아서 그런 것이었다. 체지방량을 줄인 지금 나는 생애 가장 추운 가을과 초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래저래 적당한 지방은 겨울철 필수 아이템!



    3.
    벌써 10년이 지났다니.

    시험 보는 사람 모두 잘 보라는 '빈말' 같은 건 하고 싶지 않다. 
    시험이라는 건 잘 볼 수도 있고, 못 볼 수도 있는 거다. 그러니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한동안 푹 쉬라는 말이나 하련다. 
    좀 덜 나온 점수 따위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살다보면 절절히 깨닫게 될 테니까.    



    4.
    하루에도 몇번씩 반복되는 의욕과다와 귀차니즘의 롤러코스터. 과면증과 불면증의 줄다리기. 어느 쪽이 이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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