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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go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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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서비스와 번역, 이글루스.

    예전에 농담삼아 번역과 프로그래밍의 공통점 10가지에 대해 쓴 적이 있다.
    프로그래밍을 웹서비스 운영이라고 바꿔도 다르지 않다.

    1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
    2 아무리 잘해도 욕 안 먹는 정도다. 칭찬은 기대할 수도 없다.
    3 알파벳 하나에 결과가 달라진다.
    ex) date라고 넣어야 할 자리에 data라고 타이핑하고는 왜 안될까 한 30분은 고민했던 것 같다.
    4 예사로 밤샌다. 커피는 내 친구.
    5 공부 좀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줄 안다. 아니다, 평생 공부해도 모자란다.
    6 들인 노력에 비해 폼도 안 나고, 보수도 적다.
    7 실수한 부분은 항상 나보다 다른 사람이 먼저 알아차린다.
    8 보고 또 봐도 고칠 부분이 보인다.
    9 하면서 수시로 저장하지 않으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된다.
    10 오래 하면 눈 나빠지고 몸도 약해진다.

    특히 2,6,7,8은 그렇지 않은가. 고작 1년 정도였지만, 웹사이트 운영자를 해 봤기 때문에 웬만하면 업데이트 결과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 편이다. 그게 얼마나 피눈물나는 소리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쓴소리 좀 해야겠다.


    이번 공지글을 읽고 불쾌했다.
    '블로그는 이래야 하니까 불편해도 손님을 위해 당신들이 참아.'라고 느꼈다면 오독인가.
    그래, 블로그는 운영진보다 내가 잘 모르니까 일단 넣어두자.
    하지만 팬사이트 하나 만들어 보려고 읽은 웹디자인과 웹기획에 대한 책이 아까워 아는 척 좀 해 본다.  

    하는 일이 그렇기 때문에 웹을 떠돌며 새로운 정보를 찾을 일이 많은 나는 
    모든 웹사이트(블로그도 웹사이트 아닌가?)를 세 가지 기준으로 판단한다.  

    1. 원하는 정보를 찾기 쉬운가. (최대 세 번 클릭으로 정보 찾기.)
    2. 로딩 속도는 적절한가. (어떤 컴퓨터에서도 빨리 보이는가.)
    3. 읽기 편한가.


    이번 카테고리 뷰 형태를 적용한 현재의 이글루를 떠올려보자.
    이 세 가지 중에 하나라도 만족하는 것이 있는지.
    내 기준에서 지금의 이글루는 좋은 웹사이트가 아니다.
    내가 방문객이라면 전체페이지가 다 뜨기도 전에 창을 꺼버리거나 다른 사이트로 이동할 사이트다.


    운영진이 나를 설득하기 위해 사용성이라는 전문용어를 썼으니 
    나도 내가 아는 분야의 전문용어를 써 가면서 이야기해보겠다.

    예전에 다른 주소와 닉네임으로 이글루를 꾸릴 때, 블로그 에세이를 썼던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번역과 블로그는 아래의 두 가지 점에서 비슷하다고 썼다.

    1. 번역에 정답이 없듯이 블로그를 사용하는 방법도 정해져 있지 않다.
    2. 꾸준히 오래 하려면 내가 좋아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지,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 번 해 봐야겠다는 마음가짐만으로는 힘들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번역은 쉽고 잘 읽히는 번역이다.
    그럼 나쁜 번역은 무엇인가. 나쁜 번역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오역은 잘못된 번역을 가리킨다. 요즘은 구조적 오역은 줄었다. 실수로 생기는 오역은 간혹 있지만.

    악역은 우리말로 옮기긴 했는데 무슨 내용인지 얼른 알 수 없는 반쪽 한국어 문장을 가리킨다.
    악역은 우리말과 외국어의 문장 구조 차이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거나,
    우리말 구사능력이 부족해서 저지르는 나쁜 번역이다.

    남역(濫譯)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번역하여 함량 미달 번역서를 많이 내는 것이다.

    중역(重譯)은 이미 번역된 책을 바탕으로 다시 번역하는 것이다.

    이제 번역이라는 말을 블로그 서비스로 바꿔서 읽으면 아래 문장이 되지 않을까.  

    좋은 블로그 서비스는 쉽고 잘 읽힌다. 나쁜 블로그 서비스는 구조적으로 오류가 있고, 어떤 서비스인지 쉽게 알 수 없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하고, 이미 존재하는 서비스를 따라한다.  

    내가 처음 이글루를 사용하기 시작한 2003년에는 '블로그가 뭐야? 싸이 미니홈피랑 다른 거야?'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블로그 서비스가 뭔지는 다들 안다. 블로그를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말 못하지만 말이다. 사회적 인식이 이 정도가 되면 유저(책으로 치면 독자)가 자신이 사용하는 서비스의 오류, 버그를 예리하게 지적해낸다. 번역이라는 작업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오역을 제대로 가려낼 정도의 독자층이 생겼듯이.


    나는 이글루스가 좋은 블로그 서비스라고 생각했기에 거의 4년 동안 이용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이글루에 대해 이야기하는 카테고리를 하나 둘 정도로
    이글루스 빠순이라고 자백하는 것이 좋겠다. (친구들이 유령직원 아니냐고 놀릴 정도다.)  

    누구보다 이글루스가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자부하고,
    지금까지 그 변화는 꽤 긍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카테고리 뷰 문제만큼은, 클레임 처리 방식은 정말 아니다. 
    그리고 내가 내 블로그를 채워가면서 왜 방문객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시작했다면 지금처럼 몇년 동안, 몇천 개의 포스트를 올리며 이곳을 채우지는 못했을 것이다.

    몇천 개의 포스팅을 올린 이글루 유저로서, 이글루에서 글을 찾아 읽는 방문객으로서 단언한다. 카테고리 보기를 현재처럼 바꾸기 전에도 이글루에서 원하는 글을 찾는 방법은 많았고,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블로그 초기 방식이라고 볼 수 있는 년/월으로 분류하는 아카이브 방식이 내게는 불편했기 때문에 카테고리 목록 방식을 요청했고, 생긴 후로 잘 사용했다. 파인더의 검색 기능이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내 이글루에서 원하는 글을 찾는데 불편하지 않았다. 이제 태그까지 생겨서 카테고리를 반으로 줄일 생각까지 하고 있다.

    책을 많이 본 사람은 목차만 봐도 대충 본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그것으로 부족하다면 요약문만 봐도 그 책이 뭘 말하고자 하는지 안다. 본문 전체를 보지 않아도 된다.
    다양한 작가가 쓰는 전자책이나 다름없는 블로그도 역시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래도 탐색이 우선이기 때문에 본문을 다 보여주는 현재 방식이 더 '옳다'고 우길 생각인가. 

    공지글에서 보여준 운영진의 철학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이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 취향이 아닌데 억지로 강요하면 반발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게시판과 비슷하면 또 어떤가. 블로그는 이래야 한다는 법칙이라도 있는가. 
    블로그 에세이를 연재하면서 블로그에 대해 같은 정의를 내린 블로거는 없다고 말한 기억, 벌써 잊었나.  
    하나로 결정하기 어렵다면, 유저나 방문객이 원한다면,
    게시판 방식과 운영진이 생각하는 블로그 방식 중에 선택하게 하면 될 것 아닌가. 

    지금 보여주는 행동과 방식은 이글루스답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영업양수도라는 고비를 함께 넘을 때 주장한 이글루스이즘은 이런 게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유저의 목소리에 신중하게 귀기울여 현명하게 판단하기를 바란다.




    세 줄 요약.

    이글루스는 좋은 블로그 서비스였다.
    지금까지 탐색하는 데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카테고리 뷰는 취향의 문제이므로 원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하자.


    *
    몇 시간 동안 550쪽이 넘는 소설을 읽고, 이 글을 썼더니 머리가 멍하다.
    11시에 아르바이트하러 가야 하니 몇 시간 못 자겠구나.

    *
    현재 운영진이 주장하는 '블로그' 방식으로는 모든 카테고리가 첫 페이지 이상 뜨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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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7/07 13:05 #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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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보영 :
    Sagittarius. B type. Leslie Cheung 오덕. 공부오덕. 중음/가사중국어를 공부하다가 어쩌다보니 몇년째 영어로 먹고 사는 사람.
    관심 분야는 영화, 아시아 문화, 역사, 문학, 책, 번역, 외국어, 글쓰기 등. 좋아하는 사람/것들잊지 않을 기억들은 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