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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go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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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도 다 저문 지금, 몸이 가벼워졌기 때문일까. 요즘 나는 정말 살아있는 것 같다. 원래도 민감한 청각은 물론, 다른 감각까지 열렸다.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 같은' 이 상태가 어떤 건지 경험으로 안다. 지금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해서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고, 그 흔한 몇 글자로 정의내리지 않을 뿐. 그런데도 시간의 힘인지 내가 변한 건지, 예전과는 달리 평온하다. 회오리바람에 익숙한 사람이 산들바람을 맞는 기분이랄까. 솔직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만날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어떻게든, 만나야 할 때가 되면,
    반드시 만나게 된다는 말을 믿고 있기는 했지만, 너를 알면서 거의 확신하게 되었다.

    조금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걸,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20대 초반의 나였다면, 너였다면 서로 쳐다보기나 했을까.

    불가에선 말한다지. 견디기 힘든 시련은 나름의 의미가 있기에 겪는 거라고 .
    잊고 싶은 기억조차 때로는 사람을 만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덕분에 중요한 것을 하나 배웠다.
    단절은 싫다고 제발 대화하고 소통하자고 말해줘서 고맙다.

    서로 목소리에 위안을 받고, 거의 모든 주제로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눌 인연이 그리 흔할까?
    나는 이 인연을 되도록 오래 지속하고 싶으니,
    불가항력이 이유가 아닌 한, 나와 인연이 닿는 한, 부디 여기, 이 시공간에 계속 존재해 주길.

    자비심 없는 음속의 직구, 가 내 특기지만, 이젠 좀 자제하려고.
    사랑 = 연애가 되는 이 연애공화국에서
    나 같은 친구형 인간이 상처받지 않고 사는 길은 그것뿐이니까.


    메모장2

    하보영 :
    Sagittarius. B type. Leslie Cheung 오덕. 공부오덕. 중음/가사중국어를 공부하다가 어쩌다보니 몇년째 영어로 먹고 사는 사람.
    관심 분야는 영화, 아시아 문화, 역사, 문학, 책, 번역, 외국어, 글쓰기 등. 좋아하는 사람/것들잊지 않을 기억들은 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