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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에 5일, 1시부터 6시까지.


    내가 시간을 보내는 공간.


    시기가 시기인지라 유리 곳곳에 붙어 있는 종이들. 
    색연필로 손글씨 쓰는 것, 좋아한다.


    바로 위에 시계가 있어 아이들이 자의든, 타의든 하루에도 몇번은 쳐다 보게 되는 
    1000조각짜리 영어판 세계지도 퍼즐 액자.
    새로 들어온 아이가 '이거 누가 맞춘 거냐'고 물어보면, 애들은 나를 가리킨다.
    '영어샘은 이런 거 되게 좋아해. 좀 이상하지?' 이러면서.


    영어교실이니까 영어세계지도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겠다 싶어서 액자로 만들어서 갖다 놨더니, 의외로 쓸모가 많다. (색 이름 배우는 애들에게도 인기 만점! 애들을 지켜 보면 캐나다는 그린, 미국은 옐로우, 핀란드는 퍼플, 이런 식으로 기억하는 모양이다.) 몇주부터 한자 시간에 같은 뜻의 영어를 가르쳐주면서 아이들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항상 실험중인 곰샘. 알게 모르게 실험대상이 된 아이들.) 동서남북을 가르칠 때도 영어단어를 같이 알려주고, 첫글자 네 개를 나란히 놓으면 NEWS가 된다고도 일러주었다. 海洋은 삼수변 들어가는 글자 설명할 때 이미 배운 글자. 海는 육지 근처의 바다, 洋은 더 멀리 있는 바다. 그래서 '큰바다' 양이라고 부른다고 가르쳐줬다. (4학년 남자아이 가운데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의 이름과 위치를 다 아는 애가 있더라. 똘똘한 녀석.) 이런 단어는 자주 보면 저절로 기억되기 때문에 오며 가며 보라고 포스트잇을 붙여두었다.
        


    * 이쯤에서 알면 도움되는 학습법 하나.

    초등 고학년이나 세계지리를 막 배우기 시작한 중학생이 집에 있다면, 다 맞춰놓은 지구본이나 세계지도를 사 주는 대신 2만원 정도만 투자해서 세계지도(영어로 된 지도면 더 좋다.) 퍼즐 한번 맞추게 하시라. 바다는 맞추지 않아도 된다. (태평양 한가운데랑 아프리카 아래쪽 바다 맞추는데 이래저래 3일 걸렸다. 퍼즐에 글자가 없고, 온통 퍼런색이라.) 이거 한번 하고 나면 나라 위치 하나는 척척, 덩달아 사회과목 점수가 확 오를테니까. 

    아버지를 생각하면 감사한 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 중 하나가 이 세계지도에 얽힌 추억이다. 퇴근 전 뜬금없이 집에 전화를 걸어 어느 나라 수도가 뭐지?, 수도가 어디인 나라는? 어느 나라 옆에 있는 나라는? 을 물어보던 아버지. 내가 5개 이상을 맞춘 날 저녁, 퇴근길 아버지의 손에는 언제나 빵 봉지가 들려 있었다. (내가 빵순이가 된 건 아빠 탓?) 내가 지리, 역사와 같은 사회과목을 좋아하게 된 건, 내가 좋아하는 빵을 상으로 건 퀴즈를 통해 세계지리를 접하게 해 주셨던 아버지 덕분이다.




    차라리 그냥 집에서 먹고 지내면서 집 근처 학원에서 애들을 가르치라고 엄마는 말하지만, 그건 모르는 말씀.
    다른 학원에서는 원장선생님 시키는대로 까라면 까야 하고, 이런저런 실험도 못할 게 뻔하지. 
    그런 점에서 우리 사촌 언니는 자비가 넘치는 원장선생님.

    언니에게 건의해서 학원에 영어동화책을 몇권 갖다 놨다. 추천도서목록 같은 걸 보고 고른 책은 I will never not ever eat a tomato(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 Fish is fish(물고기는 물고기야) , How Do I Love You? (사랑해 모두모두 사랑해, 이 책은 우결 버전 알렉스 때문에 유명해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2편이다.) A color of his own (저마다 제 색깔), little blue and little yellow (파랑이와 노랑이), Dr. Seuss의 'the cat in the hat', 'One fish, two fish, red fish, blue fish' 이렇게 총 7권. 애들 반응을 보고 권수와 공간을 더 늘릴 수도 있다.

    첫날은 쳐다보지도 않던 아이들이 며칠 지나니 표지라도 유심히 보고, 그림이라도 챙겨 본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이거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한달 정도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사실, 레오 리오니 3종 세트(a color of his own, fish is fish, little blue and little yellow)는 글도, 그림도 내 취향이라 샀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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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글

    • Vm- 2009/11/07 04:12 # 답글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충청, 전라, 강원, 경상도의 위치를 모르는 사람이 꽤 있더군요.
      도시 위치는 저도 잘 모르지만, 도의 위치도 잘 모르다니..
      (전라도 남쪽에 충청도. 경상도는 서쪽.. 뭐 이런식)
      특히 1~20대 서울 토박이의 경우 훨씬 심하더군요.
      세계지를 가르치기 전에 전국지도부터 가르쳐야 할 것 같습니다.
    • 何寶榮 2009/11/07 20:32 #

      여우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전국지도부터 가르쳐야 할 것 같지만... 전 '영어'선생이랍니다. 흐흐.

      관심의 차이가 아닐까 싶네요.
      겪어보니 서울 사람들은 서울 아니면 부산과 같은 광역시급도 지방이라고 부르더군요.
    • 2009/11/07 16:2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何寶榮 2009/11/07 20:33 #

      힌트가 된다니 기분 좋네요.
      다른 건 모르겠고, 공부오덕 선생 덕에 공부복 하나는 터진 불쌍한 아이들인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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