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2 논문작성법 제출 소논문. written by airen.
**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글이므로, 다른 곳에서 보지 않길 바랍니다.
** 앞으로 수정, 보완되어야 할 글입니다.
I. 서론
사람들은 홍콩 영화에 대해 시간날 때 비디오로 한 번 보면 그만인 킬링타임용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국이나 대만 감독이나 영화에 대해 활발히 연구하고 평가하는 것과는 다르게 홍콩 영화에 대해서는 홍콩 내부에서도 제대로 연구하는 사람이 없었고, 최근에야 저우싱츠(주성치) 현상 등 홍콩 영화를 다룬 논문이 서서히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홍콩 영화는 모두 오락영화이며 예술 영화와 감독은 존재하지 않는가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홍콩 영화의 역사 속에는 대다수 홍콩 영화와는 다른 감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던 호금전(胡金銓)의 전통이 있고, 허안화(許鞍華), 관금붕(關錦鵬), 왕가위(王家衛) 등의 홍콩 뉴 웨이브 감독들이 있으며, 프루트 챈과 같은 재능 있는 저예산 영화 감독들이 많다. 본 논문에서는 홍콩 예술 영화를 대표하는 조류인 홍콩 뉴 웨이브 감독인 왕가위의 영화 속에서 연기한 많은 배우 중 <아비정전><동사서독><춘광사설> 세 편의 영화에서 그가 만든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장국영이 연기했던 캐릭터에 대해 분석하고 왕가위의 영화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왕가위 감독의 영화에 대한 연구는 화려하고 감각적인 스타일이나 시간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고, 캐릭터 분석을 시도한 연구 정도가 새로이 등장했다. 홍콩 영화에 대한 연구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왕가위 영화에 대한 연구가 많은 것은 반가운 일이나 조금 더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현실이다. 이 때문에 본 논문은 캐릭터 분석에서 조금 더 세분한 범주인 배우 장국영이 연기한 캐릭터를 처음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려 한다. 우선 II장에서 왕가위 영화와 영화 속 캐릭터의 특징에 대해 생각해 보고 왕가위 영화 세 편에 출연한 장국영의 연기에 대해 분석해 본다. III장에서는 감독 왕가위와 배우 장국영의 관계에 대해 논의하며 배우 장국영이 왕가위의 영화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연구하고자 한다.
단, <아비정전><동사서독><춘광사설>속 캐릭터와 연기를 그 대상으로 하며, 홍콩에서 출시된 무삭제 DVD 버전의 영화를 분석 자료로 삼는다. 또한, 영화 속 캐릭터의 극중 이름과 배우들의 실명을 혼용하여 사용하며, 배우들의 실명은 한자 표기를 우리말로 읽었을 때 발음대로 표기한다.
II. 왕가위 영화 속 장국영의 이미지
1. 왕가위 영화와 캐릭터의 특징
1) 왕가위 영화의 특징
일부 영화 평론가들은 왕가위가 스타일이 뛰어난 스타일리스트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를 작가로 꼽기를 주저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왕가위는 스타일리스트이다. 그는 스탭프린팅과 핸드헬드 기법을 사용하여 시간의 흐름을 왜곡시키기도 하고, 광각렌즈를 사용하여 공간을 왜곡하는 새로운 화면을 선보였다. 분명히 왕가위는 시각적 의미에 집중하는 포스트모던한 화면을 선호했고, 자극적이며 MTV 같은 화려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화려한 <중경삼림>과 <타락천사>, 눅진한 <아비정전>, 눈부신 자연미의 <동사서독>, 색감이 탁월한 <춘광사설>, 정물화 같은<화양연화>에 이르기까지 왕가위의 영화는 색다른 영상 기법을 동원하여 그림 같은 화면을 제공했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왕가위가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며 자신이 만든 모든 작품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했고, 영화 속에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들이 존재하며, 스타일은 캐릭터들의 관계를 표현하는 수단에 그칠 뿐이라는 것이다. 다른 영화와 달리 그는 복수(複數)의 주인공을 즐겨 쓰며, 영화 속 주인공들은 서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지만 마지막에는 하나의 관계를 맺는다. 그들은 주로 1인칭 나레이션을 통해 일상을 비교적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자신의 심리를 드러내며, 등장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음악을 사용한다.
2) 영화 속에 나오는 캐릭터의 특징
왕가위는 시나리오 작가 출신 감독이지만 시나리오 없이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배경과 캐릭터를 머리 속에 그린 후 촬영에 들어가서 배우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완성해 간다고 한다.
나는 내 배우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그들의 두려움과 생활 방식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알 필요가 있다. 나는 그들의 행동, 걷는 모습, 손놀림 등을 관찰한다. 나는 그들에게 등장인물들에 대해 많이 말해주지 않는다. 나는 각각의 배우들에게서 특이한 요소, 예를 들어 걸음걸이를 포착하여 깊이 연구하고 자연스런 형태를 얻을 때까지 계속 생각한다.
그렇게 왕가위는 지금 그와 함께 작업하는 배우인 양조위에게서 사랑에 버림받은 아휘나 차우의 캐릭터를 끌어내고, 장만옥에게서 다른 감독들이 발견해내지 못한 식물적인 리듬감을 간파한 뒤 <화양연화>에 도입하여 우리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흔히 영화 속 캐릭터들은 일상 생활에서 보기 힘든 특수한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특수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왕가위 영화 속 캐릭터들은 한정된 부류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평범한 삶 속에서 일상을 유지하는 도시 소시민들로 어떤 도시에서도 있을 법한 사람들이며, 그들은 대부분 평범한 직업으로 먹고 산다.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의 <비열한 거리 Mean Street>(1973)를 차용한 데뷔작 <열혈남아>에서 유덕화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보스 아래에서 일하며 특별히 관리하는 가게도 없고, 하나뿐인 부하(장학우)가 저지른 일의 해결사 노릇이나 맡는 캐주얼 복장의 건달이다. 여주인공 아화(장만옥)는 평범한 식당 종업원으로 주인공을 유혹하지도, 출세시키지도 못하며, 단지 주인공을 바른 길로 이끌려고 노력할 뿐이다. 이렇게 <열혈남아>의 캐릭터들은 선과 악을 대변하는 인물이기보다는 내적 갈등을 표현하는 한 인간일 뿐이다.
킬러(여명)가 주인공인 <타락천사>에서도 왕가위는 일반적인 관습을 따르지 않는 캐릭터를 선보였다. 여명이 연기하는 킬러는 허름한 집에서 에이전트(이가흔)가 팩스로 알려주는 사람만 권총으로 청부 살해하다 결국 죽음을 맞는, 가게를 얻어 안정된 삶을 살고 싶었던 소시민의 한 사람이다. 8명의 주인공이 나오는 무협 영화 <동사서독>의 캐릭터들에게 중요한 것은 복수나 비결을 찾은 뒤 무공을 갈고 닦아 고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얽히고 설킨 관계와 그 감정에 대한 기억이며, 그들은 일반적인 무협 영화 캐릭터와는 확실히 다르다.
기존 홍콩 영화에서 킬러나 건달 혹은 깡패의 반대선상에 서 있는 캐릭터는 경찰이다. 왕가위 영화 속에도 경찰 캐릭터는 등장하지만, 그들은 범죄자를 잡아서 승진하는 데 관심이 없다. <아비정전>에서 제복 입은 경찰(유덕화)은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경찰이란 직업을 택했을 뿐, 어머니의 사망 이후에 선원이 된다. 그리고 <중경삼림>에 등장하는 경찰 두 사람(금성무와 양조위)은 범죄자(임청하)와 사랑에 빠지거나(금성무), 실연의 상처 때문에 보통 사람으로 돌아간다(양조위).
또한, 왕가위 영화 속 캐릭터들은 대개 비정상적인 가족 관계 속에서 살며, 그 관계에 대해 이중적인 생각을 지니고 산다. <열혈남아>의 철없는 부하(장학우)는 재혼한 어머니를 미워하면서도 어머니처럼 자신을 돌보아 주는 소화(유덕화)에게 기대고, <타락천사>의 하지무(금성무)는 아버지와 둘이서 살면서 반항하다가도 사회에 적응해가며, <춘광사설>의 아휘(양조위)는 아버지 친구의 돈을 훔쳐 홍콩을 떠나 아르헨티나에 왔지만 늘 아버지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다. <춘광사설>의 장(장진)은 시장에서 열심히 장사하는 부모님 아래에서 자랐지만, 행복하지 않다고 여겨 세상의 끝을 찾아 온다.
왕가위의 영화 속에는 반사회적이며 기억을 잘 잊는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동사서독>의 동사(양가휘)는 돈을 벌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홍칠공(장학우)와는 반대로 술에 취해 모든 것을 방관하며, 친구(양조위)의 가정을 파괴한 것도 그를 사랑한 모용연(임청하)을 망쳐놓은 것도 모두 잊어버린다.
왕가위 영화 속 캐릭터들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나누고 교감하지 않는다. <동사서독>의 모용연(임청하)는 서독 구양봉(장국영)에게 동사를 죽여달라고 부탁하면서 그를 보는 대신 새장을 보고 이야기한다. 자애인(장만옥)은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며, 동사 황약사(양가휘)는 그 뒤에서 이야기를 듣는다. <중경삼림>의 페이(왕정문)와 경찰(양조위)은 대화를 하더라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지 않는다. <타락천사>의 킬러(여명)와 에이전트(이가흔)은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하지만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춘광사설>의 두 연인 아휘와 보영(양조위와 장국영)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상대의 눈을 보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상대의 앞에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직접 이야기하는 대신 다른 도구를 통해 이야기한다. <열혈남아>의 건달 소화(유덕화)는 안내원의 목소리를 통해 아화(장만옥)의 말을 듣게 되고, <아비정전>의 경찰(유덕화)는 수리진(장만옥)에게 외로우면 자신에게 전화를 걸라고 말한다. <중경삼림>의 경찰(금성무)는 실연을 당한 후 전화를 걸지만 상대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그와 사랑에 빠진 범죄자(임청하)는 그의 호출기에 생일 축하 메시지를 남긴다. <타락천사>의 에이전트(이가흔)는 팩스를 통해 킬러(여명)에게 모든 것을 전달하며, 실연당한 여자(양채니) 역시 <중경삼림>의 경찰(금성무)처럼 전화기를 통해 이야기하지만 자신의 생각만을 전하는 데 애쓸 뿐이다. 말을 하지 못하는 하지무(금성무)는 비디오를 통해 아버지와 의사소통하고, <춘광사설>의 아휘는 곁에 있을 때는 별 말 없다가 밖에서 일할 때 계속 보영(장국영)에게 전화를 건다. <화양연화>의 차우(양조위)와 수리진(장만옥)도 사무실 전화기를 통해 주로 대화한다. 말이 없고 혼자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왕가위 영화 속 캐릭터들은 말이 아닌 다른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 <열혈남아>의 건달 소화(유덕화)는 다시 아화(장만옥)를 만났을 때,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손을 잡고 공중전화 부스로 달려가 말이 아닌 다른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전하며, <타락천사>의 노란 머리 여자(막문위)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잊지 않도록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자신을 잊지 말라며 상대의 팔을 물어버린다. <춘광사설>의 두 연인은 집에 가는 택시에서 담배를 물려주거나 어깨를 기대면서, 춤을 추다가 서로 껴안으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화양연화>에서는 차우(양조위)가 수리진(장만옥)의 손을 살짝 잡고, 수리진은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는 것으로 서로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들은 사랑하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잘 하지 못하며, 상대에게 거절당할 것을 두려워하여 먼저 떠난다. <중경삼림>의 페이는 몰래 경찰의 집을 드나들면서 간접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만, 직접 만났을 때는 딴청만 부린다. <타락천사>의 에이전트는 혼자 사랑하는 것에 더 익숙하고 만족하면서 늘 킬러를 지켜본다. <아비정전>의 경찰은 수리진을 사랑하지만 함께 있을 때는 묵묵히 바라만 보며, 전화를 걸라고 이야기 한 그 다음날부터 늘 그녀의 전화를 기다린다. <타락천사>의 하지무는 실연당한 여자를 사랑하지만, 그냥 그녀를 따라다닐 뿐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다. <아비정전>의 미미(유가령)는 아비에게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상대의 욕구를 충족해주지만, 서로가 사랑하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늘 그의 뒤를 쫓기만 한다. <화양연화>의 차우는 다시 시작하자고 수리진에게 말하지만, 수리진은 새로운 사랑을 지킬 용기가 없어 포기하고 만다. 자연스럽게 사랑하지 못하기에 그들은 상대의 체취가 묻어 있는 사물에 집착하며 그들과 이야기하기를 즐긴다. 왕가위의 영화 속에는 슬리퍼가 자주 등장한다. <아비정전>에서 아비와 미미가 싸우게 되는 이유도, 미미가 수리진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창 밖으로 던지는 것도, <중경삼림>의 페이가 새로 사다 놓는 것도, <화양연화>의 주인공들이 자신의 감정을 전하는 물건도 모두 슬리퍼이다. 이들에게 슬리퍼는 상대 대신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인 것이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비누를 손에 들고) 너, 많이 수척해졌구나. 옛날엔 통통했는데. 지금은 빼빼 말랐어. 뭣 때문에 그래? 자신감을 좀 가져. (젖어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레에 대고) 내가 울지 말랬잖아. 언제까지 울 거야? 굳세게 좀 살아 봐. 지금 네 꼴이 이게 뭐야?"
<타락천사>의 에이전트는 킬러의 집을 청소하고, 물건을 일일이 만지면서 욕구를 충족하며, <화양연화>의 차우는 수리진을 그리워하며 그녀가 전달해 준 밥솥을 어루만진다.
2. 장국영의 연기 방식
홍콩 영화가 단기간이나마 아시아의 관객을 열광시킨 이유는 고정적인 관객을 확보한 '스타'가 많았기 때문이다. 홍콩처럼 짧은 촬영기간과 다작(多作)을 위주로 하는 제작 현실에서, '스타'들은 수많은 작품을 통해 각종 연기를 갈고 닦아 '고도의 경지에 이른 배우'들이 되었다. 홍콩의 스타는 다른 나라의 스타와는 격을 달리하며, 그들 역시 '예술가'의 자격이 주어진다.
장국영은 한국인들이 홍콩 영화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스타배우'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출연한 영화는 20년 동안의 홍콩 영화를 조명하는 자료가 된다. 그는 액션 위주의 홍콩 영화에 세련미를 가져왔고, 주윤발과 유덕화가 뒷골목의 영웅으로 스스로를 못박았을 때, 그는 멜로와 액션, 사극과 현대극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동시에 그는 외모 때문에 과소평가되는 배우 중의 한 사람이다.
스크린에서 보통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많은 재능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보이면서, 감성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신뢰할 만한 연기를 훌륭하게 하고, 동시에 자신의 마크를 빠짐없이 기억하며, 마이크의 방향을 의식하면서 대사를 할 수 있다면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이다. 장국영은 지극히 영화를 사랑하는 배우였기에,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설명할 때 절대로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만 언급하지 않았다. 감독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상대 배우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명과 카메라의 위치에도 세심하게 주의하고, 감독과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 좋은 영화를 만들어가길 원했다.
연기자의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면, 그는 해석자형 연기자이다. 해석자로서의 연기자는 자신의 개성이나 외모와 비슷한 극중 역할을 맡아 연기하면서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어느 정도 간직한 채 캐릭터를 창조적으로 연기하는 연기자를 말하며, 외형적인 이미지가 캐릭터와 맞으며 성격 또한 비슷하여 연기 소화력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대부분의 감독이 이런 연기자를 선호한다. 이 유형의 연기자는 연기의 폭은 다소 좁지만, 자신의 매력적인 개성을 캐릭터에 투사하여 새로운 유형의 개성을 창조해낸다.
장국영은 한 프랑스 잡지의 인터뷰에서 "연기에 어떤 원리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매일 하던 대로 자연스럽게 연기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기에는 법칙이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영화 속 캐릭터는 곧 자신이었으며, 자신을 기본으로 하여 자신만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가 나오는 영화를 보면 몸짓이나 표정이 유사한 부분이 많지만, 그것은 그대로 수많은 캐릭터로 분화되었다. 그의 섬세하고 신경질적인 연기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그만의 색깔이었고, 성격이 다른 인물을 고루 소화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갔다.
그는 또한 경계를 넘나드는 캐릭터를 소화한 연기자이다.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에게서는 비겁함, 나약함, 배신, 건방짐, 유아독존 등의 단어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상처, 허무, 우수, 모성 본능, 죽음 등의 이미지도 함께 공존한다. 그는 영화 속에서 이상적인 연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차갑고 냉정한 연인이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는 <패왕별희>에서 증명되듯이 그는 기묘한 혼성적인 색채를 지닌 배우였다. "뛰어난 남자들에게 가장 빛나는 부분은 여성적인 무엇이고, 재능있는 여자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점은 사내다운 무엇이다."라는 수잔 손탁의 말처럼,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역할을 선택하여, 남성성과 여성성이 뒤섞인 기묘한 자신의 존재를 영화 속에서 부각시켰고, 이는 그만의 개성으로 남았다.
그는 데뷔해서 한창 활동하던 80년대보다 90년대에, 90년대보다 2000년대에 더 나은 평가를 받았다. 그가 홍콩 영화의 황금기에 쟁쟁한 감독들의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순수함과 증오, 신경질과 환희, 열정과 냉소의 상반된 감정을 한꺼번에 내보일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전성기로 여겨지는 90년대에 그는 세 편의 왕가위 영화에 출연했고, 그 속에서 냉소적인 연인의 모습을 보여주어 왕가위 영화 속 '허무'의 대명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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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류진아, 현대 영화 서사의 해체적 시간성 연구-왕가위 영화를 중심으로,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영상예술전공 석사학위 논문, 2001.
2) 황보 성진, 왕가위 작가 연구-사회심리학적으로 본 캐릭터 분석을 중심으로, 한양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2001.
3) 국내에 출시된 비디오는 배급업자에 의해 약간씩 첨가되거나 삭제된 장면들이 많기 때문이다.
4) 스텝프린팅(Stepprinting) : 왕가위 감독의 대표적 기법. 촬영을 마친 후 필름에서 장면을 정하고 원하는 배수를 복사한 다음 중간장면을 삭제한다. 이렇게 되면 주체가 되는 사람(주인공)을 제외한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주인공은 실제속도로 움직이지만, 움직임이 없는 상태에서 정지된 듯한 느낌을 준다. 즉, 속도의 측면에서 보면 순간적인 비약(무한의 속도)과 정지(속도의 부재)라는 운동성의 양극단이 공존하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5) 포스트모더니즘은 주제나 의미보다 표현방식에 주목한다. 대상을 표현하는 방식인 이미지가 대상의 의미보다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6) “나는 사랑 그 자체보다 서로 감정이 비껴가고 스쳐 지나가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더 관심이 많다.” 중앙일보, 1997/2/10
7) ‘왕가위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인 나레이션(narration)은 대사가 아닌 방법으로 줄거리나 기타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다. 나레이터는 영화 속의 주요인물일 수도 있고, 이야기 밖의 인물일 수도 있다. 왕가위는 주로 등장인물의 심리를 그 캐릭터의 목소리로 표현하는 데 나레이션을 이용하며, 이 나레이션은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내는 중얼거림이다.’, Roadshow, 1996, p.145.
8) 왕가위, 까이에 뒤 시네마, Kino 역, 1999년 8월호, pp. 27-31.
9) 백은하, 씨네 21, 2003/1/28, 387호, pp. 27-31.
10) ‘모든 상대를 거절하고 두려워한다는 점에서 나의 세 영화는 같다.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워 상대보다 먼저 거절해 버리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동사서독>은 가장 강렬하다. 영화 속의 주인공들이 상대에게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은 거절당한 뒤의 세월을 감당하기 힘들어서이다. 상처를 입을까 두려워 하는 것이다.’, Kino, 1994.
11) 영화 ‘중경삼림’ 중.
12) “연기는 사실 감정이나 생각은 그렇지 않은데, 상대방에게 그렇게 납득되도록 언어나 신체를 사용하는 것이며,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가 진실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우리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이다.” 패트릭 터커, 스크린 연기의 비밀, 방은진 역(시공사, 1999), p.3.
13) 이효인, 영화미학과 비평입문(한양대 출판부, 1999), pp.98-106.
14) "I don't think there are any theories in acting. I just want to be natural, like what I'm doing every day." Positif, 1998년 3월호.
at 2004/01/04 03:48








덧글
faye 2004/02/08 00:55 # 삭제 답글
이 무시무시한 참고서적들 보라 -_-교수가 부담느꼈겠다.. 풋
airen 2004/02/08 18:16 # 답글
그래서 점수 잘 나왔나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