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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go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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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en October goes.


    10월 마지막 토요일, 15주짜리 치료 과정이 끝났다. 손이 예쁜 언니들이 내 얼굴 만져주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 
    좀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치료를 받아서인지, 예상보다 그리 효과가 있지는 않지만 I don't care.
    난 만족할 줄 아는 곰순이니까.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한층 내려가 한의원 원장선생님도 뵙고, 여러가지 궁금했던 사항들을 여쭤보고, 마지막으로 초음파 검사까지 받았다. 결과는 특별한 이상 없음. 복부피하지방두께도 줄었지만, 복근이 두꺼워졌단다. 소심한 복근운동의 결과가 드디어! 히히. 체중감량보다 유지가 더 어렵다, 계단을 오를 때는 걸어도 좋지만, 내려갈 때는 관절이 다칠 위험이 있으니 차라리 엘리베이터를 타라,는 박사님 말씀은 명심해야지. 혹시 볼일 있으면 또 봐요~하고 인사하는 박사님을 보면서, 치료가 끝난 환자와 담당의사의 관계는 참 묘하다, 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건물 옥상에 있는 카페에도 들렀다. 오늘 치료가 끝났다고 했더니 선물이라며 파푸아뉴기니산 원두커피를 내놓는 멋쟁이 사장님~ 점심대용으로 가져 간 치즈베이글을 나눠먹으며 남녀의 차이와 '아이의 사생활'이라는 책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과외시간을 훌쩍 넘겼다. 아뿔싸. 치료가 늦게 끝나서 그렇다고, 15분만 기다리라고 하얀 거짓말을 하고는 부리나케 1층으로 내려가서 택시를 잡아 탔는데... 이 기사님이 또 멋쟁이셨다. 10분이 넘는 시간동안 불교의 가르침을 조곤조곤 설명해주신 친절한 기사님, 금강경 꼭 읽어볼게요. 


    다음 주부터 주말 과외는 총 4건. 얼굴이 하얗고 예쁘장하게 생긴 여고생 하나 추가. 멀다고도 할 수 없고, 가깝다고도 할 수 없는 집 위치 때문에 망설였는데, 지난 주에 직접 만나 이야기하다 보니 같이 공부해보고 싶어졌다. 어쩌다 보니 기본적인 학습능력이 되는 아이들(알고보니 이 아이들 최저성적이 평균 80점 후반대)만 계속 맡게 되는데, 이 여고생도 중학교 때까지 전교 등수에서 놀았단다. 그런데, 영어문법을 잘 모르겠어요, 완전 기초부터 다시 해도 좋아요, 라는 쏘쿨한 고백에 반해서 다음주부터 같이 공부하기로 했다. (맹세하건대 결코 새하얀 얼굴에 넘어간 게 아니다. 그런데 확실히 심씨는 미인이 많은 것 같다. 내 주변만 그런가.)  내가 그렇지 뭐. 부수입이 늘었으니 좋은 게 아니냐, 라고 위로하기에는 돈 나갈 구멍이 너무 많고, 여유 시간이 줄어든 탓에 이제 일요일에 영화 한편밖에 못 보고, 놀토가 아니면 옥상 카페에도 못 간다. 흑.

    Last Scene


    Take your time.
    오늘 과외하다 본 문장으로, 서두를 것 없이 네 시간을 충분히 갖고 생각하라는 말인데,
    이걸 나도 모르게 '천천히 해.'로 번역했다가... 어떤 '기억'이 떠올라서 잠시 광년이처럼 웃었다.
    왜 그랬냐 물으면 그냥 웃지요. 지극히 사적인 기억이라 차마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해서 쏘리.

    한참 웃은 뒤에 정신을 가다듬고, 다음 문장을 봤다.
    You have nothing to worry about. I'll take care of everything. 
    아무 망설임도 없이 '넌 걱정할 것 없어. 내가 다 알아서 할게.'로 가르쳐 주고 보니,
    이거 요즈음 내가 자주 하는 말인데? 
       




    *
    last에는 '지난, 바로 조금 전의'이라는 뜻도 있다. 


    근황.


    올해 추석 연휴는 여러모로 잊을 수 없을 듯. 그때 시간 내어 나를 만나준 모두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특히 ㅊ님, 드디어 만나서 반가웠고 즐거웠어요. 다음에 만나면 다른 칵테일 콜! ^^

    내가 무슨 '봄날의 곰'도 아니거늘, 요즈음 계속 노곤한 상태다. 단지 계절이 바뀌어서 그런 건가. 그랬으면 좋겠다. 다이어트는 일단 유지 모드. 딱히 끼니를 거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기력이 쇠해진 기분이 들어 일단 잘 챙겨먹기로 했다. 

    몸이 피곤하기도 했지만, 한동안 다른 생각을 할 정신이 없었다. 일년 넘게 갖고 있던 고민이 한순간에 해결될 리가... 라고 생각했는데, 지난 토요일에 쓴 커피 한잔하러 갔다가 카페사장님의 이야기에서 답에 가까운 결정적 힌트를 얻었다. 사장님 왈, '한창 커피 배울 때 원하는 맛과 향을 내려고 이런저런 실험을 해봤는데 그 맛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자연계 나왔으니까 알겠지만, 실험에는 상수와 변수가 있잖아요. 언제나 변수만 신경썼는데, 어느날 갑자기 변수를 상수로 놓고, 나머지 조건을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해 봤더니 그 맛과 향이 나오더군요. 생각이 벽에 부딪혔을 때는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보는 것도 방법이 된다는 걸 그때 알았죠.'... 변수를 상수로 놓고, 상수 하나를 변수로 뒀더니 문제가 해결이 되었다? ... 그 말에 힌트를 얻어 가장 풀기 어려웠던 문제는 일단 해결했다. 앞으로 크게 달라지는 것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마음은 편해졌다. 그게 가장 심각한 고민이었으니까, 이 정도로 만족하자. 맛있는 커피는 식어도 맛있다고, 책 읽으면서 천천히 마시라고 맛난 'columbia'커피 주고, 멋진 힌트까지 준 사장님, 고마워요. 이번 토요일에는 달콤한 커피 한잔 부탁해요. 

    과외하는 여고생과 많이 친해졌다. 이제 제법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가 되었으니. 수능 성적도 조금 올라 이제 나를 믿는 눈치다. 자기 친구도 과외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 교통사정이 좀 그래서 고민중이다. 얌전한 여중생도 성적이 올랐단다. 아깝게 틀렸다며 많이 아쉬워하더라. 공교롭게도 이번 중간고사 즈음에 내가 수업(과외 포함)을 했던 아이들은 모두 성적이 오르고, 그즈음 잠시 혹은 아주, 내 곁을 떠났던 아이들은 성적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저주 내린 건 아니야, 얘들아. 나 그렇게 소심한 사람 아니다.) 아이들과의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 이래저래 도토리를 한 300개 정도 사둬야 할 듯.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어 90점 넘었다는 중3 남학생에게는 처음 약속보다 도토리를 5개 더 주기로 했다. 나는 관대하니까.   

    중3 애들 중간고사 끝난 지 일주일만에 기말고사 기간 시작. 11월 초까지 월,수,금요일은 10시 퇴근.
    고등학교 합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이고 중학교 마지막 시험이니까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 얻기를.   



    *
    얼마 전에 돌아다니다 본 것.
    이걸 보고 나니, 평생 친구가 되고 싶다는 말은 어쩌면 최고의 찬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Friend is...

    Face 얼굴을 보고
    Recognition 서로 알아봐주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Interact 서로 영향력을 미치고 관계를 맺는,
    Equality 늘 평등하고 균형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Need 서로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Dependence 서로에게 기대어 의지하는 소중한 사람


    *
    '여태'라는 뜻의 '여적'이라는 단어, 예스러워 좋아하게 되었다.
    방언인가보다 생각은 했는데, 강원지방 방언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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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보영 :
    Sagittarius. B type. Leslie Cheung 오덕. 공부오덕. 중음/가사중국어를 공부하다가 어쩌다보니 몇년째 영어로 먹고 사는 사람.
    관심 분야는 영화, 아시아 문화, 역사, 문학, 책, 번역, 외국어, 글쓰기 등. 좋아하는 사람/것들잊지 않을 기억들은 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