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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go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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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과 치료 끝 + 선물.


    드디어 치과 치료가 끝났다. 영혼을 팔아가며 벌었으나 이 두 개 때문에 허무하게 사라진 피 같은 내 돈... 생각은 잊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겠지.

    몇년만에 치료를 받아보니 알겠더라. 임산부가 치과치료를 피해야 하는 이유를. 신체적인 이유인가 했는데, 정신적인 데미지가 너무 큰 탓인 것 같다. 기분 나쁜 기계 소리, 심리적 압박, 잇몸에 스며드는 고통, 이 삼중고가 주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태아는 물론 산모 본인에게 치명적일 듯. 치과치료 받은 임산부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왠지 신경질적일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뭐지?) 여기에 별로 친절하지 않은 간호사 언니들이 주는 은근한 스트레스까지 있었지만, 친절한 의사선생님 덕에 견뎠다. (아무리 생각해도 솜씨 좋고 친절한 선생님 아니었으면 치료 중간에 뛰쳐나왔을 듯. 선생님, 고마워요.)

    아직은 어색하지만, 앞으로 익숙해져야 할 가짜 이를 두 개나 넣고 치과를 나서면서 그동안 이래저래 고생한 내게 선물을 하나 주자고 생각했다. (난 소중하니까. 뭐래니.) 뭘로 할까... 고민하면서 걸어가다 보니 '티 하나에 무조건 7천원'이라 적힌 가게가 보였다. 마음 속 갈등 시작. 저렴하긴 한데, 너무 싼 거 아니야? 다이어트하고도 겉옷은 새로 산 적이 없잖아. 이 참에 하나 마련할래? 너무 비싼 거 바라면 못 써. 습관되면 골치아파. 다음에 더 좋은 선물 줄게. 거금 내고 너 지금 돈도 없잖아. 오늘은 이 정도로 만족하자, 응? 오케이. 극적으로 협상 타결. 몇 가지를 올려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하나만 샀다.

    집에 돌아와 편한 옷으로 갈아입기 전에 잠시 입어봤다. 아니 잠깐, 이거 원래 이런 옷이야? 왜 이렇게 딱 붙어. 엉엉. 그래도 입어본 게 아까워서 언니 화장대 거울 앞에 서서 사진놀이를 잠깐 했다.


    (사진 삭제 : 실제로 이런 라인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사기샷. 배에 힘주고 각도 계산해서 찍었지만, 힘줘서 이 정도라도 찍히는 게 어디인가. 불과 몇달 전을 돌이켜봐, 곰팅. 앞으로 복근운동 꾸준히 하면 배에 힘 안 줘도 이런 사진 나올거야.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날까지 계속 홧팅.)




    *
    누가 나에게 다이어트로 달라진 게 뭐가 있냐고 묻는다면, 예전에는 관심도 없던 내 몸 구석구석을 똑바로 보게 된 것, 비루한 몸뚱이라도 내 몸이니까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 것,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된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예전의 나는 사실 내 몸에 별 관심이 없었다. 거추장스럽다고까지 생각했다. 전후 비교 사진을 올려볼까하고 예전 사진을 찾아봤는데 가슴 아래 부분을 찍은 사진이 거의 없었을 정도다. 이 정도였나,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아니다. 틈나는 대로 내 몸의 변화를 사진으로 기록해둔다. 무리한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이 정도 유희는 즐길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켜보니 몸은 관심을 갖고 돌본만큼 보답하고, 방치한만큼 보복한다. 요즘 들어 부쩍 친해진 이 친구, 꽤나 정직하고 솔직하다. 어렵게 알게 된 친구인만큼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오늘도, 게으른 내게 안성맞춤인 간단한 스트레칭 몇 가지만 하고 자련다.

    주말, 선물.



    #1. 토요일 - 그분이 오셨다, 내 생일인 것 마냥 유쾌했던 하루.

    서점에서 - 약 7만원
    김연수 선생님 신작, 세계의 끝 여자친구 (지금은 오라방 손에.) + 1Q84 두권 (작가보다는 번역가 이름보고 샀다. 양윤옥 선생님 버전 하루키라니! 그거슨 나의 로망. 드림즈컴트루. 하루키 소설이 이렇게 술술 읽히긴 처음이야.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대단한 양윤옥 선생님. 하긴 사전 두께인 히라노 오빠야 장송 두권도 작업하셨던 분이니... 히라노 게이치로 문체에 비하면 하루키 문체는 상대적으로 수월하려나.) 사고 보니 세 권 다 문학동네 책. 어둠의 만화책 5권. (야마다 유기 작품은 진짜 아무리 못해도 평작은 되는 듯. 만화책도 이제 4000원대. 덜덜덜.), 오오쿠 4권. (이거 나온 거 모르고 있었다. 비밀 6권은 얼마전에 샀는데.)


    S가게 - 3만원
    마음에 드는 걸 봤는데, 치수가 없대, 아놔. 포기하고 돌아서려는데, 컵은 하나 작고 둘레는 큰 걸로 사서, 본사로 보내 줄이면 된다고. 아니, 그걸 왜 지금까지 말을 안해주셨던 건가연? 디자인 마음에 들어도 눈물을 머금고 패스했던 제품이 몇 개인데. 일주일 뒤에 찾으러 가면 된다.


    **헤어 - 만팔천원



    동네 미용실 언니말고 나이 비슷한 헤어디자이너 선생님께 맡긴 결과. (사진 삭제)
    나는 역시 짧은 머리가 어울리는 건가. 


    빵집 - 4500원
    고구마쇼트(꿀 들어갔다더니 이거 기존 제품보다 너무 달더라.) + 아이러브유 초. It's for him.


    카페 - 4500원
    오늘의 커피는 중배전 과테말라. (원래 5천원인데, 오늘의 커피값으로 계산해주심. 책 몇권 드리고, 빌려 드렸더니 다음에 오면 진한 핸드드립커피 한잔 공짜로 주신다고 했다. 역시 훈남 사장님. 품절남이라고 멀리하지 않아요. 나는 관대하니까.) 다음에는 콜럼비아 수프리모를 마셔볼까? 내가 장선생님 팬이라는 걸 이미 알아서 그런지, 조그마한 케익 하나 놓고 이리저리 장소 옮기고 각도 바꿔가며 사진 찍는다고 쇼를 해도 노터치. 정말 고마워요. 알고 보니 여기 얼 그레이, 아마드 티. 예전에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는데, 괜히 찡했다. 10년 전에도 내 취향이 저렴하지는 않았구나. 고급스러운 거 좋아하던 그 녀석이 싫어하지는 않았겠다,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다.


    *
    그리하여 하루에 거의 13만원을 썼다. (10월에 상경 계획 있는데...그나저나 나 내일 시외버스 탈 돈은 있는 건가. 확인해봐야겠다.) 저녁은 이모 집에서. 지난 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이모집 식구들과 고기파티. 지난 주에는 엄마 + 이모 생신(2년 하루 차이) 축하자리. 밥은 먹지 않고 보쌈과 양파로 배채웠다. 분식(나누어 먹기) 효과 짱!



    고기 먹고 집에 와서 재 보니 이런 결과가!
    딱히 하는 것 없이 그냥 유지모드인데... 머리카락 무게가 생각보다 좀 되었던 모양.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 하나 더. 여중생 과외가 들어왔다. 알고 보니 내 중학교 후배. 얘기하다보니 아이 엄마도 언젠가 뵌 분 같고, 이래저래 인연이 있는 사이. 날짜가 그래서 그런가. 꼭 당신이 하늘에서 보내 준 선물 같아. 오후2시 우영군 팬이라는 아가야, 앞으로 같이 잘해보자꾸나.



    #2. 일요일 - 뒹굴뒹굴 곰팅.

    10시에 일어나자마자 빈속에 언덕배기를 올랐더니, 배가 고파서 아침햇살 하나를 마시고 과외하러 고고싱. 17일 모의고사 대비한다고 듣기만 2시간 했더니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사정이 있어 과외를 그만 둔 남학생을 오후에 잠시 만났다. 과외비 절반을 건네고 빌려 준 책을 받으면서, '다음에 시간 맞으면 같이 공부하자.' 했더니 '네. 선생님 진짜 쿨하네요. 짧은 머리가 더 잘 어울려요.'이러고 가는 게 아닌가. 훈훈하게 생기긴 했는데... 선수의 향기가 물씬. 토요일에 만난 여중생 과외는 다음주부터, 돌아오니 집에는 나말고 아무도 없었다. 이게 얼마만에 누리는 혼자만의 시간인가. 아점 먹고 1Q84 조금 읽고 저녁잠을 세 시간 정도 달콤하게 잔 뒤 저녁 대충 챙겨 먹고, 포스팅 삼매경. 어느새 9시 30분. 어마마마 앤 남동생 컴백. 자유시간은 여기까지.

    엄마가 각자 버스타고 가자네. 내일 아침 10시 30분까지 푹 잘 수 있겠다. 앗싸.




    + 보냈지만, 아직 도착하지 아니한 선물.

    I swear.



    거의 유일하지. 나를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붙잡아 둔 존재는.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이 삐뚤어진 집착이라고 하던 친구 말을, 그런 나를 이상하게 보던 내 또래 소녀들을,
    10여년이 지난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말야, 그때 나는 그럴 수 밖에 없었어. 꽤 오랜 시간동안 나에게는 당신밖에 없었는 걸.
    가족도 속인 채, 친구도, 사랑도 동시에 잃어버린 내가 기댈 곳은 당신밖에. 당신에게 연연할 수 밖에.

    그랬던 나였으니, 지난 5년 간, 4월과 9월을 맞이하고 보내기가 참 힘이 들었어.
    다른 곳에 신경을 쓰고 싶어도 할 수 없었고, 한다 해도 미안한 마음이 더 컸어.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해.
    당신 덕분에 여러모로 눈만 높아져서, 웬만한 것에는 만족하지 못하겠지만,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누릴 수 없을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살고 싶어. 제대로 살아보고 싶어.
    I'm happy to just be alive. I will be happy again, I swear.



    2009.9.12 (IM-U450L)

    당신 친구 몇 명도 그곳으로 떠났으니까, 이젠 외롭지 않을 거라 생각해.
    나도 이제 기쁜 마음으로 해마다 이날을 축하할게.
    Happy Birthday, My Beautiful.




    + 세월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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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보영 :
    Sagittarius. B type. Leslie Cheung 오덕. 공부오덕. 중음/가사중국어를 공부하다가 어쩌다보니 몇년째 영어로 먹고 사는 사람.
    관심 분야는 영화, 아시아 문화, 역사, 문학, 책, 번역, 외국어, 글쓰기 등. 좋아하는 사람/것들잊지 않을 기억들은 여기에.